“저는 늘 problem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solution에 포커스를 둡니다. 그럼 그 문제는 제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그 문제를 해쳐나갈 수 있는 게 쉬운 것 같아요“ 라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Disability에서 dis를 빼면 ability에요. 할수 있는걸 찾아보면 분명 할 수 있는게 더 많을 거에요.
5세때 심장 수술 후 실명
음악 포기하라는 아버지께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들리는데”
영화음악·프로듀서로 활약
“장애인용 음악SW 개발돼 열정만 있으면 가능성 무한”
“저는 학생이면서 동시에 선생님이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저에게 아무도 음악을 가르쳐줄 수 없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만큼은 누구보다 컸거든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청력이 발달한 것은 음악을 더 사랑하라고 주어진 선물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에서 영화와 게임음악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 김치국 씨(30·사진)는 올해 모교이자 미국 최고의 실용음악학교인 버클리음대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전임교수가 됐다. 자신이 독학으로 터득한 컴퓨터 기술을 이용,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악보 그리기와 작곡법 등 특수 음악 치료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는 건 악기를 몸에 익히는 것과 같아요. 능숙해지기까지 악기든 컴퓨터 프로그램이든 비슷한 분량의 시간과 노력,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민 1세대 한인 부모님 아래서 1982년 LA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부터 누나들의 피아노 연주를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다섯 살 때 심장 수술을 받은 후 실명했다. 그동안 익힌 솜씨를 바탕으로 여섯 살 무렵 콩쿠르에서 수상을 하는 등 음악에 재능을 드러냈다. 중학교 때 음악을 잠시 중단하고 미국의 한 장애인 중학교에 다녔지만 그곳의 프로그램이나 환경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부모님을 설득해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장애인 시설이 없는 학교 생활을 혼자 해나가야 했고 음악도, 공부도 열심히 했다.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음악을 포기하라고 하는 아버지께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데, 어떻게 음악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설득했다.
그의 음악 세계를 넓힌 건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였다. 어렵게 수소문해 구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뒤로 모든 학습이 컴퓨터로 이루어졌다. 끈질긴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고, 알고 싶은 정보를 다 알아볼 수 있어서 불편한 점이 없었어요.”
버클리음대 작곡 및 프로듀싱 학사, 뉴욕대 음악 기술 및 영화음악 석사를 거친 그는 음반사 EMI 등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두 명의 버클리 동문과 함께 영화음악과 게임음악 제작사 ‘세로토닉스’를 설립한 그는 다수의 독립영화 OST를 맡아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
청각에만 의지해 작곡 활동을 하는 그의 음악 세계는 무한하다. 민속 리듬, 전자음, 클래식 악기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공포, 액션,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닌텐도사의 게임 도구를 응용해 공기를 내리쳐 드럼 소리를 내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기도 했다. 잭 페리콘 버클리음대 작곡과 학과장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장애인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김씨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사”라고 말했다.
버클리음대는 김씨의 성공에 힘입어 2010년부터 하계 연수 프로그램으로 시각장애 학생들과 음악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그를 전임교수로 전격 임용한 로저 브라운 버클리음대 총장은 “재학 시절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상도 많이 받았고, 졸업 학점도 3.8점이나 되는 등 우등생이었다”며 “장애를 딛고 그가 보여준 열정과 끈기는 다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여섯 명의 시각장애인 학생과 지난 학기를 보낸 김씨는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조언을 건넨다.
“음악가를 꿈꾸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독립심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에는 머릿속에 악상이 떠오르면 앞이 보이는 누군가가 도와줬어야 했지만,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작곡부터 녹음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앞서가고 있어요. 도전정신과 열정만 있다면 보이지 않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22303571
http://www.kbs.co.kr/1tv/sisa/gonggam/view/vod/2143570_65106.html
http://www.aprilstory.kr/archives/6606